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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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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SGMA (211.♡.252.35)
 조회 : 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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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거래 활성화로 풀자?…언론의 ‘기만’
‘하우스푸어’ 위기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이들이 과도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언론들은 거래 활성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출구를 막고 있는 건 정부와 언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실종이 집값 하락의 원인?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거래가 안 되니 집값은 내리막길을 굴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집값 추락을 막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며 사뭇 비장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거래가 실종됐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타당하다는 것이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이) 내려가니까 거래가 안 되는 것”이라며 “전혀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래 실종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실종된 탓에 과거처럼 무리하게 빚을 내가며 집을 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경제신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같은 ‘거래실종→집값하락’이라는 도식을 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거래 활성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언론들은 이를 위해서는 취득세 완화나 DTI 폐지·완화,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앙일보는 4일자 사설에서 “결국 단기적으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충격을 분산하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고, 서울신문은 6일자 8면에서 “부동산 거래세를 낮춰서 주택 매매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 급락을 막고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 김수현 교수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정리되기 전에는 당장 (주택 구매)심리가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대인 소장은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할 수요는 이미 고갈됐다”고 강조했다. 거래 활성화로 가격이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을 살 수 있는 가계의 여력도 이미 바닥났다는 것이다. 거래 활성화 대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선 소장은 “이는 더 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길”이라고 혹평했다. <하우스푸어>를 쓴 MBC 김재영 PD도 “지금까지도 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집값이 오를 거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희망고문’을 해왔다”며 “이 때문에 부채조정이 늦어지면서 갈수록 손해가 커진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누가 ‘하우스푸어’의 출구를 막고 있나 거래가 실종된 원인은 주택 구매자와 소유자의 기대가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은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팔려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집값이 반등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재영 PD는 “(이 같은) 차이는 정부가 만들었다고 본다”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희망고문’이 출구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건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거래가 활성화되기만 하면, 집값이 반등할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출구를 찾아야 할 하우스푸어들은 ‘9억에 산 집을 7억에 내놓아도 안 팔린다’는 식의 기사를 보며 더 큰 손해를 보더라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부채 재조정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래가 살아나려면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과다한 가계부채와, 이미 소득수준 대비 과도하게 오른 주택 가격 등의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소득수준도 감안해야 한다.
부동산 침체 불똥, 은행을 덮친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불똥이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전망은 어떨까. 조선일보는 3일자 6면에서 “부동산 가격이 7%만 떨어져도 은행 빚 중 4조원이 새로 부실채권이 된다”고 주장했다. 6일자 사설에서는 “집값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40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져 은행 등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실물경제가 주저앉을 위험이 눈에 보인다”고도 했다. 다른 언론들도 비슷하다. 국민일보는 3일자 사설에서 “(하우스푸어 문제가) 이제 금융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동아일보는 6월21일자 2면에서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 소식을 전하면서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한 술 더 떠 “집값 하락의 충격으로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나라 재정까지 거덜나버린 스페인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잿빛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국투자증권이 6월 말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집단대출의 66%는 입주가 완료되어 분쟁 가능성이 낮은 잔금대출이다. 그나마 분쟁의 여지가 있는 중도금 대출은 전체 중도금대출의 26%(26.9조원)에 불과하고, 중도금 대출의 75%는 시행사나 시공사 또는 주택금융공사에 의해 보증되어 있다. 보고서는 “중도금대출 관련 분쟁은 수분양자(계약자)가 시행사를 상대로 공사 부실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무효,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은행과는 무관하다”며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이 은행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중도금 대출이 연체되더라도, 은행은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곧바로 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수현 교수는 “은행은 담보가치인 집값이 여간 떨어져도 대출금 이상이다. 대출 비율이 평균 40%”이라며 “우리나라 은행은 (주택대출 부실로) 망하지 않는다”고 전망한 바 있다. 집값의 80~90%를 대출해줬던 미국·유럽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KDI도 3일 가계부채가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회수가 쉬운 주택담보대출로 ‘땅 짚고 영업’을 해왔던 은행들은 위기를 핑계로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이 예전에는 담보대출 이자를 3회 미납해도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제는 3회 미납하면 바로 경매로 넘겨버린다"(머니투데이 6일자 3면)는 것이다. 무리한 대출을 권유했던 은행들이 자신들만의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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