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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르니드’ 156실 중 100실 공매, 8회 유찰
2021년 분양… 고분양가에 수요 줄고, 자금난 겹쳐
서울 강남 일대의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줄줄이 공매로 나오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상업용 부동산이 고점을 찍었던 2020~2021년 분양된 오피스텔이 대부분이다. 강남 노른자위에 분양을 했지만 사업 도중 세금을 체납하거나 분양 실패로 미입주가 속출해 공매로 나온 것이다.
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651-2 대지(1114.6㎡)가 공매물건으로 올라왔다. 역삼동 차병원사거리 인근의 땅으로, 9호선 언주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감정평가액은 757억9280만원이다.
이 부지는 당초 하이엔드 오피스텔 ‘강남 피엔폴루스 크리아체’가 들어설 곳이었다. 한 때 하이엔드 주택의 대명사로 불렸던 ‘청담 피엔폴루스’의 후속작으로 지하 6층~지상 18층, 1개동에 도시형생활주택 29가구, 오피스텔 24실,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청담 피엔폴루스가 전용 88~316㎡의 대형평형 중심이었다면, 강남 피엔폴루스 크리아체는 전용 39~59㎡로 1~2인 가구를 겨냥해 공급됐다.
이 부지가 제대로 건물도 올리지 못한 채 공매에 나오게 된 건 세금체납 때문으로 보인다. 공매대행의뢰기관이 기흥세무서로 확인됐다. 2021년 분양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하면서 세금체납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가는 최저 14억5400만원(전용 39㎡)~28억4700만원(49㎡)이었다. 집안의 마감재, 가구, 가전 등을 수분양자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커스텀 하우스’인 점과 명품 주방가구와 컨시어지, 발렛, 하우스키핑 서비스 등을 주요 혜택으로 내세웠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전용률이 상당히 낮은 데 비해 분양가가 너무 높았다”면서 “착공 상태로 봐서는 분양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 착공이 조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롯데건설이 시공했던 양재역 하이엔드 오피스텔 ‘서초 르니드’도 공매에 등장했다. 올해 1월 준공·입주가 진행됐지만 오피스텔 총 156호실 중 3~19층의 100호실이 공매로 쏟아졌다. 근린생활시설은 총 16개실인데 전부 분양에 실패했다. 2021년 분양에 나섰지만, 결국 3분의 2가 미입주 상태였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3일부터 지난 7월 31일 총 8회에 걸쳐 입찰을 진행했는데, 다수의 호실이 유찰됐다.
이 오피스텔 역시 ‘하이엔드’를 표방하며 분양가를 높인 것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 42㎡가 14억6600~15억9300만원, 전용 73㎡가 26억1900~29억7500만원에 분양됐다.
이들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공통점은 2021년 부동산 광풍이 불 당시 분양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를 내놨고, 코로나19로 불어난 유동성은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몰렸다. 전매제한, 15억원 초과 대출규제 등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발(發)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자금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고, 이에 공매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명품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겠다고 해 화제가 됐던 논현동의 ‘포도바이펜트앤까사’의 부지가 최저 입찰가 3183억원에 공매로 나와 화제가 됐다. 현재 4회차까지 유찰되면서 매각가가 2000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 오피스텔은 18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이 본PF 전환에 실패하면서 대주단이 자금회수에 들어가 공매로 나왔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행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을 확보해야 해 분양가를 높이지만, 인근 선호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임대수익률까지 낮아지면서 수요가 위축됐다”면서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등 금융부담과 수요둔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미분양·자금난 등으로 공매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