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집주인, 매물 내리고 호가 상승 타진
'주담대 6억' 규제에도…"집값 낮아 여유"
LTV 70%·6억 한도까지 집값 상승할 수도

서울 노원구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자 강북권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서울에서 기존과 같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집은 강북권만 남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 18개 자치구, '주담대 6억' 족쇄…'노도강', '금관구', 중랑구만 남아

1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 이내로 제한됐다.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금지되며, 오는 21일부터는 수도권 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현행 80%에서 70%로 줄어든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과열 조짐을 보이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번 규제의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며칠째 매물을 내려달라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이어진다"며 "집값 상승에 베팅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계속 내리다 보니 남아있는 매물 중에 실거주할 수 있는 경우는 몇 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14억6000만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LTV 70%를 가정하면 종전까지 10억2000만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6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온다. 주택을 구매할 때 필요한 현금이 4억4000만원에서 8억6000만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이번 규제로 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18개 구에서 대출 가능액이 줄었지만, 시세가 낮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중랑구 등 7곳은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 특히나 관악구와 구로구 등은 현재 시세를 유지해야 대출 총액에 저촉되지 않는 것에 비해 노도강은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더라도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태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6억900만원(12층)에 팔렸고, '중계그린' 전용 59㎡도 지난달 5억9500만원(6층)에 손바뀜됐다. 인근 상계동 '상계주공1단지' 전용 58㎡도 지난 6월 5억2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전용 61㎡도 6월 5억9500만원(14층)에, 도봉동 '도봉한신' 전용 84㎡는 같은 달 5억7000만원(12층)에 매매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59㎡ 역시 지난달 6억2500만원(21층)에, 같은 단지 전용 84㎡는 7억2500만원(7층)에 팔렸다.

매물 거두는 노도강 집주인들…"8억5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어"

지역 중개사들은 대출에 문제가 없는 만큼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자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집값 8억5000만원까지는 LTV 70%에서 6억원이 모두 나온다"며 "주변 전용 59㎡ 시세가 6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노도강의 시간이 온다는 기대가 크다"며 "당장 호가를 높이기보단 매물을 내린 채 시장 상황을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6766건이던 노원구 아파트 매물은 규제 발표 이후인 30일 6558건으로 208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봉구도 3003건에서 2853건으로 150건 급감했고, 강북구 역시 매물이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도봉구 창동 개업중개사는 "집주인과 매수인 모두 이번 규제로 인한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며 "주말에도 집을 보겠다는 손님이 많은데, 정작 집주인들은 계좌 주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른 탓에 도봉구 집값은 너무 저렴하다는 인식이 집주인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주택의 갭 메우기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외곽 집값이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대출 한도가 줄어도 영향이 없는 노도강 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주담대 총액 제한에 더해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마저 25% 축소된다"며 "중저가 주택을 희망하는 실수요 계층은 소득 요건과 대출 한도 양쪽에서 발이 묶여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